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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공권력 투입 사건 진상조사 심사 결과
CCN NEWS | 승인 2019.05.09 00:05

. 조사 개요

 

1. 사건 개요

KBS(한국방송공사) 공권력 투입 사건(이하 ‘본 사건’이라 한다)2008. 8. 5. 감사원이 정연주 KBS 사장 비위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연주 사장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용권자에게 해임을 제청하도록 KBS 이사회에 요청하고, KBS 이사회는 2008. 8. 8. 10:00 임시 이사회의 안건으로 ‘감사원의 해임요구에 따른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상정하기로 하면서 촉발되었다.

 

KBS 이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에 항의하기 위하여 2008. 8. 7. KBS 임시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공영방송사수 촛불문화제’가 개최될 당시, 경찰은 외부 인사들이 KBS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20개 기동대를 KBS 외곽에 포위하여 배치하였다. 이와 같이 경찰력을 전개한 다음, 영등포경찰서(이하 ‘영등포서’라 한다)는 촛불문화제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참석자 중 24명을 연행하여 구금하였다. 그리고 경찰은 2008. 8. 8. 임시 이사회가 개최된 날에는 11개 중대를 증편하고, 이 가운데 사복을 입은 경찰관기동대 7 중대 등을 투입하여 KBS 본관 3층 제1회의실 이사회장 앞에서 임시 이사회 개최를 격렬히 반대하는 KBS 사원들을 강제로 해산시켰다.

 

본 사건은 경찰력이 KBS 본관 내부에 진입함으로써 독립된 공영방송사의 자율성 및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였는지 등의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2. 조사 근거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칙」(이하 ‘위원회 규칙’이라 한다)에 따라 설립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는 새롭게 구성된 KBS 노조로부터 본 사건 당시 KBS 본관 내부 및 이사회장에 대한 경찰력 투입과 관련하여 누구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는지, 경찰력 행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등에 관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접수받고, 2018. 3. 14. 12차 전체회의에서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3. 규명과제 및 조사방법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팀(이하 ‘진상조사팀’이라 한다)은 위원회의 조사권한 범위 내에서 ① 경찰이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을 의결하기 위한 KBS 임시 이사회가 개최되기 전날인 2008. 8. 7.부터 이 임시 이사회가 종료된 2008. 8. 8. 오전까지 KBS 외부 및 본관 내부에 경력을 배치한 배경과 경위 ② 경찰이 유재천 KBS 이사장의 신변보호요청에 따라 KBS 본관 내부에 경력을 투입했는지 여부, ③ 이와 같은 경찰력의 행사가 적정한 것인지 여부 등을 조사하였다.

 

진상조사팀은 본 사건과 관련하여 ‘KBS 정연주 사장의 민·형사소송 재판기록’, KBS 이사회의사록’, 2008년 국정감사<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희의록>, ‘이철성 영등포서장 국회청문회 기록’, ‘경찰청 문건’, 기타 참고도서 및 논문과 각 언론사의 보도 내용 등의 문헌을 참고하였다. 또한 진상조사팀은 진정인인 새롭게 구성된 KBS 노조 관련 KBS 직원, 본 사건 관련 KBS 이사 및 직원, 본 사건 관련 경찰관 등 합계 20명을 면담 조사하였다.

 

. 본 사건의 경위

 

1. 본 사건 당시 사회적·정치적 배경

2008년도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불법시위 무관용원칙’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였다. 2008. 5.경 한미 FTA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확산되자, 경찰은 당시 정부의 ‘불법시위 무관용원칙’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시위진압 기조를 보이며, 2008. 7. 30.에는 ‘경찰관기동대’를 창설하고(경찰관기동대운영규칙 참조), 같은 해 8.경에는 ‘집회시위현장 법집행메뉴얼’을 제작·배포하여 강력한 공권력 집행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당시 정부가 2008년 방송통신위원장, YTN 사장 등에 친 정부 인사를 임명하자 사회적으로는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라는 논란이 있었고, 당시 KBS 정연주 사장의 해임과 관련하여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KBS 정연주 사장은 2004. 8.부터 기존의 KBS 직제를 관료주의적 구조라고 보고 이를 팀장 – 팀원이라는 2단계 대팀제가 일 중심적이라고 보아 이를 실행하였다. 이에 대해 일부 간부들의 반대의견이 고조되었고 2004. 12.에 실시된 제10대 노조 정·부 위원장 선거에서 반 정연주 입장을 취한 후보들이 당선되었고 이후 2007년에 실시한 노조 선거에서도 반 정연주 입장을 취한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KBS 노조는 방송법의 규제, 금지조항 위반 등으로 정연주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정연주가 죽어야 KBS가 산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한편 2008년부터 KBS 노조는 정연주 퇴진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2008년 당시 정부의 태도와 KBS 노조의 ‘반 정연주’분위기 속에서 감사원은 같은 해 8. 5. 정연주 사장의 비위와 관련한 12개 항목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였고 검찰의 수사도 시작되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32조 제9항에 따라 KBS 이사회에, KBS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용권자에게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을 제청하도록 요청하였다.

 

당시 KBS 이사회는 방송법에 의해 이사 11명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여·야가 각각 이사를 추천하여 그 구성이 이루어졌다. 통상적으로 여당에서 7~8명을 추천하고 야당에서 3~4명을 추천하였다. 그런데 2008년 당시는 여·야가 맞바뀐 상황이어서 야권 추천이사가 8, 여권 추천이사가 3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시 정부는 KBS 이사회의 야권 추천이사들을 교체하기 시작하였는데 종전의 여·야 이사가 3:8 비율이었던 것이 2008. 8.경에는 여·야 이사 비율이 7:4로 여권 추천이사가 KBS 이사회의 다수가 되었다. 그리하여 KBS 이사회가 감사원의 정연주 사장의 해임 제청 요청에 따라 이사회를 개최하여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을 의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2. 2008. 8. 7. KBS 본관 앞 ‘공영방송사수 촛불집회’와 경찰력 행사

 

. 경찰의 ‘공영방송사수 촛불집회’ 대응방안 및 경력 운용계획

시민사회와 야권에서는 정부의 이상과 같은 움직임을 방송장악을 위한 기도로 파악하고, 이에 항의하기 위하여 여의도 KBS 부근에서 ‘공영방송사수 촛불문화제’를 계획하였다. 이 집회 주최측인 ‘범국민행동본부’는 이 집회를 문화제 형식으로 계획한 관계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집회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이하 ‘서울청’이라 한다)2008. 8. 7. ‘공영방송사수 촛불집회’ 및 다음날인 8. 8. KBS 임시이사회 개최에 대한 사전 정보를 많이 취득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서울청이 작성한  <8. 6. 「범국민행동」‘KBS 앞 촛불집회’ 경비대책(통보, 하달)>이라는 문건에 자세히 나타나고 있다. 이 경비대책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KBS 이사회의 성향(여권 추천 7, 야권 추천 4)과 임시 이사회의 개최 예정 사실, 2008. 8. 8. 오전에 여권 추천 이사들이 소형버스를 타고 이동할 것이라는 점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방송장악저지 범국민행동」과 그 집회계획에 대해서도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서울청 경비부의 2008. 8. 7. 경력운용계획에 따르면, 8. 7. 촛불집회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관기동대 20개 중대(1개 중대는 예비)를 ‘공영방송사수 촛불집회’에 배치하기로 계획한 것으로 확인된다. 여기에 물포 2대와 방송차 1, 조명차 2대 등을 동원하였다. 우발적 사고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구급차와 소방차, 견인차를 현장에 배치하였고,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 참석을 예상하여 ‘신변보호조’운용을 계획하였다. 당시 경력 운용에 대한 지휘 및 교육은 일사분란하게 계획되었는바, 현장지휘(기동본부장)와 관할지휘가 나뉘어져 있었지만 영등포서장이 사실상 총괄하여 지휘하도록 계획되었다.

 

. 경찰의 ‘공영방송사수 촛불집회’ 해산 과정

「범국민행동」은 2008. 8. 7. 18:00경부터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사수 촛불집회’를 개최하였고, 여기에는 정청래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원, 아고라 회원, PD 협회원, KBS 직원 등 수백명이 참석하였다.

 

위 촛불집회가 3시간 가량 진행된 후 21:07경 영등포서 경비과장은 촛불집회가 불법시위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우선적으로「범국민행동」측에게 자진 해산을 요청하였다. 그러나「범국민행동」이 자진 해산을 하지 않자 21:18경 제1차 해산명령, 21:35경 제2차 해산명령, 21:50경 제3차 해산명령을 발하였다. 3회에 걸친 해산명령에도「범국민행동」이 촛불집회를 해산하지 않자 이철성 영등포서장은 직접 여경 2제대 56명을 인솔하여 시위대를 포위하였다. 이렇게 이철성 영등포서장의 지휘로 집회 참석자중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등 주요인사들 24명이 강제연행되었다(별지 [1] 참조).  

 

경찰관기동대는 연행한 24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동작경찰서와 용산경찰서 유치장에 분산하여 구금하였는데, 대부분 그 다음날인 8. 8. 오후, KBS 임시 이사회가 끝난 이후에 석방되었다. 그 후 강제연행된 24명 중 22명은 불구속 기소의견, 2명은 기소중지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확인된다.

 

 3. 2008. 8. 8. 임시 이사회 개최와 경찰력 행사 

 

. 경력 및 차벽 운용계획 및 지휘명령체계

경찰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KBS 임시 이사회에 대한 사전 정보를 충분히 취득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서울청은「범국민행동」이 2008. 8. 7. 촛불집회를 하는 것은 물론 8. 8. KBS 임시 이사회의 개최를 방해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임시 이사회 개최를 저지하는 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2008. 8. 8. 경력 운용계획을 전날 촛불집회 보다 더욱 치밀하게 세웠다.

 

서울청은 2008. 8. 8. 집회에 대비하기 위해 물포 4, 방송차 2, 조명차 2대 등 전날 보다 확충된 진압 장비를 동원하였고, KBS 본관 주변을 넘어 영등포 일대에 31개 중대를 배치하였다는 점이 서울청의 2008. 8. 8. 경력운용계획에서 확인된다. 또한 2008. 8. 8. 임시 이사회 날에는 KBS 본관 밖에서는 집회가 열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8. 7. 촛불집회를 대비하기 위해 KBS 본관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던 경찰 차벽을 다음날 임시 이사회 개최일에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에 추가하여 서울청은 8. 8. 전날 촛불집회 때보다 무려 11개 중대의 경력을 증편하였고, 그 중 7개 중대는 사복 경찰관기동대로 편성하였다. 경찰관기동대는 KBS 본관 밖에서의 집회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KBS 본관 내로 투입되어 임시이사회를 저지하는 세력을 해산시키기 위해 준비된 것으로 판단된다. KBS 본관 내 경찰관기동대의 투입 역시 전날 촛불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이철성 영등포서장이 현장 총괄지휘자였고 5기동단장을 포함하여 3, 6, 7, 8 기동대장을 이철성 서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확인된다(별지 [2] 참조).

 

. KBS 본관 내 경찰력 투입 경위

KBS 이사회의 여당 추천 이사 6명은 2008. 8. 8. 10:00KBS 본관 3층 제1회의실에서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인 2008. 8. 7. 강남의 리츠칼튼 호텔에 합숙하였다. 2008. 8. 8. 이사회 당일 아침 여당 추천 이사 6명은 리츠칼튼 호텔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KBS (西)현관 주차장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도착하였고, KBS 직원들이나 ‘범국민행동’과의 물리적 충돌 없이 영등포서 정보과 소속 정보관의 안내에 따라 KBS 본관 3층 제1회의장에 입장하였다.

 

한편 KBS 직원들도 2008. 8. 8. 임시 이사회가 개최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 바, 당일 08:00경부터 KBS 사원들이 본관 3층 제1회의실에 몰려들어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것을 저지하기 시작하였다. KBS 사원 성OO의 진술에 따르면, 당일 09:00 이후부터는 본관 3층 회의실 앞에 이사회 개최에 반대하는 사원의 수가 100 ~ 200명으로 늘어났고, KBS 청경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회의장 밖에서 소란스러운 사태가 발생하였다.

 

당시 상황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사회장 안에 있었던 이사들은 회의실 밖에 있던 KBS 직원들이 회의실 문을 부술 것 같은 위협을 느끼는 등 경찰력의 투입 없이는 임시 이사회 개최가 어렵다고 보고, 유재천 이사장이 경찰에 신변보호요청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유재천 이사장이 당시 회의장에 같이 있던 박만 이사에게 ‘경찰을 불러도 되냐’고 물었고, 박만 이사가 ‘가능하다’고 대답하여 회의장에 있던 영등포서 정보과 정보관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하였다. 이에 정보관은 이철성 영등포서장에게 유재천 이사장의 요청을 전달하였고, 이철성 영등포서장은 회의실로 들어와 09:45경 유재천 이사장에게 경력 투입 요청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사복 경찰관기동대를 회의실로 투입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이철성 영등포서장이 유재천 이사장의 신변보호요청에 따른 공권력 투입을 지시하기 이전에 이미 KBS 본관 밖에는 31개의 경찰관기동대가 배치되어 출동을 대기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 경찰 표식도 없이 사복을 입은 경찰관기동대 7개 중대가 미리 편성되어 대기하고 있었다. 또한 09:05 경에는 본관 2층 시청자 광장을 가득 메울 정도의 사복 경찰관기동대가 들어와 있었다(별지 사진 1, 2 참조). 이 사복 경찰관기동대는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한 시청자광장을 벗어나 출입이 제한된 비개방 공간까지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KBS 측의 별도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본관 로비 2층 시청자광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들어와서, 09:10 경에는 연좌까지 하고 있다가, 09:26 경에 KBS 본관 밖으로 퇴각한 사실이 인정된다(별지 사진 3, 4 참조).

 

. KBS 직원들의 이사회장 진입 제지와 해산

앞서 본 바와 같이 2008. 8. 8. KBS 본관 3층 제1회의실에 여권 추천 이사들이 입장한 이후인 09:00 경부터 KBS 직원들이 출근하면서 이사회장 앞으로 본격적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KBS 내 청원경찰 수십명이 임시 이사회 개최를 반대하는 KBS 직원들과 대치하였다. 경찰관기동대가 09:05경에 본관 내에 들어와 있다가 09:26경 퇴각하였지만, 그 사이 KBS 직원들과는 별다른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

 

서울청은 2008. 8. 8. 진압복을 입은 경찰관기동대를 주로 KBS 본관 주변에 미리 배치해 놓았지만 KBS 본관 내로 실제로 진입한 경찰관기동대는 사복을  입은 경찰관기동대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09:46 KBS 본관에 투입된 경력의 다수는 본관 2층 계단을 통하여 본관 3층으로 진입하였고, 일부 경력은 본관 2층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본관 6층으로부터 3층으로 진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 경찰력 행사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상황

경찰관기동대가 09:49KBS 본관 2층 출입검색대를 지나 2층 엘리베이터 근처에 도달해서부터 KBS 직원들과 본격적인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였다(별지 [사진 5] 참조). 경찰관기동대가 KBS 본관 2층 출입검색대를 통과하자 KBS 직원들은 방송국 내에 경찰관기동대가 진입하는 것에 반대하여 “경찰 나가! 경찰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일 오전에 정연주 KBS 사장은 KBS 안전관리팀장에게 KBS 내에 있던 경력 철수를 요청하라고 지시하였으나 안전관리팀장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경력이 KBS 본관 3층으로 진입하면서 KBS 직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경력이 본관 3층 이사회장 회의실 앞에 있던 KBS 직원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상호 폭언이 있었고 6명의 KBS 직원이 크고 작은 상해를 입었다. 10:183층 이사회장 앞에서 KBS 직원인 김OO은 다수의 사복 경찰관기동대에게 팔다리를 붙들려 끌려나가는 과정에서 ‘우측늑골 골절’의 4주 상해진단을 받았다. 위 김OO은 경찰이 자신의 뒤에서 발로 옆구리를 가격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또한 다른 KBS 직원은 10:25경 성명불상의 경찰에게 손으로 목과 얼굴을 밀리며 진압당하는 것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별지 사진 6, 7, 8 참조). 이외에도 별지 [5]와 같은 KBS 직원들이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상해를 입은 사실이 확인된다. 이로 인해 KBS 본관으로 구급대가 두 차례 출동하였는데 한번은 본격적인 진압 전(09:43)이고, 다른 한번은 본격적인 물리적 충돌 이후 였다(10:41).

 

 

lII. 경찰력 행사의 적정성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서울청은 경비계획에 따라 2008. 8. 7. ‘공영방송사수 촛불집회’를 해산하고 주요 인사를 강제 연행한 이후,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기 위한 제청을 의결하는 임시 이사회가 개최된 2008. 8. 8. 9시를 전후하여 그 전날의 경비병력과 차벽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서울청은 여기에 그치지 아니하고 새롭게 11개 경찰관기동대를 증편하고 이 가운데 사복을 입은 7개 경찰관기동대를 KBS 본관 입구와 3층 이사회장 입구에 투입하였다.

 

1. 경찰관기동대 투입이 KBS 측의 적정한 요청에 의했던 것인지 여부

 

. 신변보호요청에 따른 경찰력 투입의 법적 근거 및 적정성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관의 직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고(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조 제1),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경찰관은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여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때에 그 위해를 방지하거나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하여 부득이하다고 인정하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다른 사람의 토지·건물·배 또는 차에 출입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경찰관 직무집행법 제7조 제1). 유재천 KBS 이사장이 이철성 영등포서장에게 신변보호요청을 하고 이에 따라 이철성 서장이 경찰관기동대를 KBS 본관 내로 투입지시를 내린 것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7조 제1항에 근거한 직무수행 행위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같은 법 제7조 제4항에 따라 「경찰관은 신변보호요청에 따라 필요한 장소에 출입할 때에는 그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여야 하며, 함부로 관계인이 하는 정당한 업무를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는 제한이 있다. 그런데 8. 8. 09:46 경에 투입된 7개 중대의 사복 경찰관기동대는 앞서 살펴본 현장 사진 등을 살펴볼 때, 경찰관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거나 몸에 부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 유재천 이사장의 신변보호요청 전 사복 경찰관기동대의 진입

유재천 이사장과 이철성 서장의 진술이 일관되게 일치하는 것으로 볼 때, 09:45 경에 유재천 이사장의 신변보호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KBS 권혁부 이사가 영등포서 정보과 정보관에게 전화통화를 한 시점, 유재천 이사장이 위 정보관에게 구두로 말한 시점, 정보관이 이철성 서장에게 전화통화를 한 시점, 이철성 서장이 KBS 본관 3층 제1회의실로 입실한 시점 등을 통해서도 확인된다(별지 [3] 참조).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2008. 8. 8. 09:05경에 사복 경찰관기동대는 어느 누구의 신변보호요청이 없었음에도 KBS 본관 2층 시청자광장에 진입해 있다가 09:26경에 철수하였다. 또한 영등포서의 근무일지에 따르면 2008. 8. 8. 09:34경에 이철성 서장의 지시로 47명의 영등포서 경력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되는 바, 이는 유재천 이사장의 신변보호요청이 있기 전에 이미 경력이 KBS 본관으로 투입된 것임을 알 수 있다.

 

. 8. 8. 이전에 KBS 측의 불특정 기간 경력 배치 요청 및 적정성

2008년도 국정감사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KBS측에서는 8. 7. 촛불집회와 8. 8. 임시이사회의 개최 이전에도 6. 13., 6. 18., 7. 15., 7. 17.4회에 걸쳐 경력을 요청한 사실이 있다(별지 [4] 참조). 당시 경력 투입 요청에 대한 KBS 측 최종결재자로 안전관리팀장이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KBS 내규에 따르면 경력 요청은 이에 대한 별다른 위임 규정이 없고 사장의 지시사항에 해당하여, 안전관리팀장이 경력 요청을 한 것은 정당한 권원이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로 될 수 있다. 이러한 권한 여부를 떠나, 경력 요청 기간을 ‘집회시위 관련 등 상황 수시 협의’라는 불특정 기간으로 정함으로써 공영방송사에 대한 경찰력 투입이 편의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2. 적정성 여부에 관한 판단

 

. 2008. 8. 8. 임시 이사회 당일에는 옥외집회가 예정되지 않았음에도 이른 아침부터 전날 촛불집회 때보다 더 많은 경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집시법은 옥외집회나 시위에 대하여는 사전신고를 요구하고 나아가 그 신고범위의 일탈행위를 처벌하고 있지만, 옥내집회에 대하여는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 자체를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날과 달리 미신고 집회의 상황도 아니었고 KBS 본관 실내에서 개최되는 이사회를 반대하는 KBS 직원들을 진압하기 위해, 다중의 인원이 참여하는 실외의 촛불집회의 경우보다 더 많은 경력과 장비를 미리 KBS 건물을 에워싸듯 배치하거나 투입한 것은 경찰력의 과잉대응이라고 판단된다.

 

. 한편 2008. 8. 8. 09:05 경에는 KBS 본관 2층 시청자광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수의 사복 경찰관기동대가 진입해 있었다. 이들은 정복 미착용은 물론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7조 제4항에 따른 경찰관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부착하거나 제시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비록 위 시청자광장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 하더라도 사복 경찰관기동대가 시청자광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들어와 있었고, 심지어 시청자광장에서 연좌하는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는바, 경찰관기동대가 경찰임을 표시하는 증표도 없이 사복 차림으로 일반인처럼 시청자광장을 가득 메운 행위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의 취지에서 볼 때 적절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

 

. 경찰이 KBS 본관 내에 투입되어 이사회 개최를 저지하는 KBS 직원들을 해산시킨 행위가 신변보호요청에 따른 적법한 행위였다고 하더라도, 공영방송사 내부의 문제는 1차적으로 방송사 내부자율에 맡기고 경찰은 보충적·최후적 수단으로 경찰력을 행사하여야 하고, 경찰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경찰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그런데, 본 사건 당시 KBS 본관 3층 이사회장 앞 협소한 복도에 있는 100여명의 KBS 직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이미 수십명의 청원경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7개 중대의 사복 경찰관기동대를 투입한 것은 경찰권 행사에 요구되는 최소침해의 원칙과 법익균형성 등 경찰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적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정보 수집이나 잠입 근무 등과 달리 공개된 장소에서 대규모 인원에 대해 물리력을 행사해야하는 경찰관기동대의 특성상 정복을 입거나 표식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표식이 없는 사복을 입게 하여 공권력을 행사하게 하는 것은 경력의 책임을 담보할 수 없고 책임소재 역시 제대로 규명하기 어렵다.

 

. 결론

 

KBS 내 경찰의 공권력 투입 자체가 비록 부적법한 것이 아니라 해도 공영방송의 내부문제는 먼저는 방송사 자율에 맡기고 경찰의 투입은 최후적·보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경찰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최소침해의 원칙과 법익균형성 등 경찰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 사건에서의 경찰력 행사는 이를 준수하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경찰력의 행사대상이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공영방송사일 경우, 이러한 원칙은 더욱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의할 때, 본 사건에서 공영방송사 내부 문제에 대해 경찰력이 최후적·보충적·최소한으로 개입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본 여러 사실관계를 종합해볼 때, 2008. 8. 8. KBS 내 경력 투입의 사실상의 목적은 ‘회의실 내의 이사들의 신변보호’ 라기 보다는 오히려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을 위한 임시 이사회의 원활한 개최’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① 사전신고가 필수적이며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2008. 8. 7. 옥외 촛불집회 때보다 다음날인 2008. 8. 8. 배치된 경력이 더 많았고, ② 신변보호요청 전에 경찰이 이미 건물 내에 진입해있었으며, ③ 경찰관기동대 7개 중대가 경찰관의 표시 없이 사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임시 이사회 회의장 앞의 좁은 복도에 투입된 사실 등에 의해서 충분히 지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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